2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날 아이가 집에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나 유치원에 친구가 없어.”
부모는 순간 마음이 철렁합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못 어울리나?, 유치원에서 혼자 있는 건 아닐까?,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라는 생각이 연달아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친구가 없어”라는 한마디만으로 실제 또래관계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말 계속 혼자 지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오늘 친한 친구와 다퉜거나, 하고 싶은 놀이에 끼지 못했거나, 특정 친구가 다른 아이와 놀아서 서운했던 감정을 친구가 없다고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5세가 되면 친구관계가 더 중요해질까?
만 5세 전후에는 또래와 함께하는 놀이가 더욱 복잡해집니다.
CDC의 5세 발달 이정표에도 다른 아이들과 놀이할 때 규칙을 따르거나 차례를 지키는 행동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소아과학회 역시 취학 전 시기의 또래 놀이를 통해 아이가 공유와 협력, 갈등 해결 등을 경험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전에는 같은 공간에서 각자 놀았다면 점차 같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 역할을 나누는 놀이가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갈등도 생깁니다.
내가 먼저 할 거야, 넌 이 역할 해, 오늘은 다른 친구랑 놀 거야 같은 상황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친구와 다투는 것 자체를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갈등을 경험하고 해결방법을 배우는 것 역시 또래관계의 일부입니다.
“친구가 없어”라고 하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아이에게 곧바로
왜 친구가 없어?
누가 너랑 안 놀아줘?
○○랑 놀면 되잖아.
라고 말하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신 그날 있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누구랑 놀고 싶었어?”
“같이 놀자고 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어?”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놀이는 뭐였어?”
“속상했던 일이 있었어?”
이렇게 물으면 친구가 없다는 말 뒤에 숨어 있던 실제 상황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민지가 오늘 서연이하고만 놀았어라고 한다면 친구가 전혀 없는 문제가 아니라 친한 친구에게 느낀 서운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혼자 놀면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
아이들이 항상 친구와 함께 놀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치원에서도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만들고 책을 보는 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모습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관계 패턴입니다.
혼자 놀이도 즐기면서 필요할 때 다른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아이와, 또래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계속 방법을 몰라 주변만 맴도는 아이는 상황이 다릅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는 혼자 놀아요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혼자 놀기를 스스로 선택하는지, 다른 아이가 다가왔을 때 함께 놀 수 있는지, 놀이에 참여하고 싶을 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 수로 사회성을 판단하지 마세요
부모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친구가 많으면 사회성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은 다릅니다.
여러 친구와 두루두루 노는 아이가 있는 반면 특정 한두 명과 깊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가 몇 명인가를 사회성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또래와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놀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는 어떻게 도와줄까?
친구와 놀고 싶지만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역할놀이입니다.
집에서 인형을 이용해 상황을 만들어봅니다.
친구들이 블록놀이를 하고 있어. 같이 하고 싶으면 뭐라고 말해볼까?
아이가 바로 답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간단한 표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나도 같이 해도 돼?”
“내가 자동차 만들어도 돼?”
“우리 같이 만들자.”
중요한 것은 문장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또래관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입니다.
친구와 싸웠다면 부모가 해결해줘야 할까?
아이가 ○○가 내 장난감을 뺏었어라고 말하면 부모는 당장 해결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갈등에 부모가 직접 개입하면 아이가 스스로 관계를 조정해볼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먼저 감정을 확인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네가 가지고 놀던 걸 가져가서 속상했구나.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말할지 함께 생각해봅니다.
내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어. 다 쓰면 줄게.
우리 같이 사용할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단순히 싸우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언제 담임교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아이가 친구 문제를 반복해서 이야기한다면 담임교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우리 아이 왕따인가요?처럼 결론을 정한 질문보다 관찰을 요청하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처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요즘 집에서 친구가 없다고 자주 이야기하는데 유치원에서는 자유놀이 시간에 주로 어떻게 지내나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는 편인가요, 친구가 다가오면 함께 노는 편인가요?”
“특정 친구와 반복적으로 갈등이 있나요?”
“놀이에 참여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 있나요?”
부모는 집에서 아이가 들려준 일부 상황을 알고 있고, 교사는 집단생활 속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두 정보를 합치면 아이의 실제 친구관계를 훨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배제는 그냥 지켜보지만 마세요
친구끼리 하루 다투거나 오늘은 너랑 안 놀아라는 말을 한 번 했다고 해서 곧바로 심각한 관계 문제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정 아이들이 반복해서 놀이 참여를 막거나, 아이가 계속 혼자 남게 되거나, 특정 상황을 두려워하면서 등원을 거부한다면 담임교사와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왜 가만히 있었어?
너도 싫다고 해야지.
라고 책임을 돌리지 않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언제부터 반복됐으며, 교실에서는 어떻게 관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친구 때문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다면?
한두 번 오늘 유치원 가기 싫어라고 하는 것만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등원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이전과 다른 변화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원 직전 반복적으로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평소보다 불안해하고, 특정 친구나 상황을 지속적으로 두려워하는 모습 등이 함께 나타나는지 확인합니다.
아이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담임교사와 먼저 상황을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소아청소년과나 관련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친구를 만들어줘야 할까?
부모가 친구관계를 직접 설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관계가 시작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편하게 느끼는 친구가 있다면 하원 후 놀이터에서 짧게 함께 놀거나 소규모로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 아이가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는 말을 잘 못하지만 한 명과 있을 때 편안하게 노는 아이라면 이런 작은 만남이 관계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랑 친하게 지내야 해라고 특정 관계를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가 피하면 좋은 반응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교입니다.
○○는 친구가 많던데 너는 왜 그래?라는 말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즉시 해결입니다.
아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상대 부모에게 연락하거나 아이 대신 친구관계를 해결하려는 행동입니다. 안전 문제가 아니라면 먼저 교사의 관찰과 아이의 설명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는 성격으로 단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내성적이라 친구를 못 사귀어, 사회성이 부족해처럼 아이의 성격으로 관계 문제를 고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래관계 기술도 경험하면서 발달합니다.
유치원 친구관계,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아이가 친구가 없어라고 말했다면 친구 숫자를 세기 전에 다음 순서로 확인해보세요.
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듣습니다.
② 혼자 놀기를 선택한 것인지 놀이에 끼기 어려웠던 것인지 구분합니다.
③ 일시적인 친구 갈등인지 반복적인 배제인지 확인합니다.
④ 필요한 경우 집에서 놀이 참여·갈등 상황을 역할놀이로 연습합니다.
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담임교사의 관찰을 확인합니다.
⑥ 등원 거부나 불안 등 일상 변화가 지속되는지도 살펴봅니다.
5세 전후에는 친구관계가 점점 중요해지는 동시에 친구와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친구와 다투거나 혼자 노는 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이들끼리 그러면서 크는 거지라며 반복되는 어려움을 모두 넘기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가 몇 명인가보다 아이가 관계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듣고, 필요하다면 교사의 관찰을 함께 확인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만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